“ 잘 모르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보시나요? ”

“ 투자를 결정하기 전 오랜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회사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왜 이 제품이 고객에게 중요한지,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을 묻죠. 같은 주제의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여러 날에 걸쳐 묻습니다.

어떤 대표는 만날 때마다 말이 바뀌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어떤 대표는 꾸준히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믿음이 생기지요. 그럴 때 ‘투자하고 싶다’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한 투자자에게 들은 이야기예요.

같은 사람을 만나 같은 질문을 계속 던져도 누군가는 같은 대답을,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대답을 한다는 점이 인상깊지 않나요?

비단 투자자뿐 아니라 여러분의 고객, 파트너, 소속된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지 여부는 제품·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습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브랜드는 잊혀진다는 이야기지요.

왜 그런지 살펴보아요.

마음 속 1위는 나, ‘마인드쉐어’

마인드 쉐어(Mind Share) : 소비자들이 특정 기술 또는 제품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생각

일관된 브랜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전기차 하면 어느 회사가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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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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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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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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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테슬라를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전기차 하면 테슬라? / 출처: 테슬라

글로벌 전기차 넘버원 하면 테슬라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일 거예요. 하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린 건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데요. 세계적으로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통 자동차 회사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해있던 테슬라가 주목을 받은 것이지요.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경영자의 인사이트만큼 중요한 게 있어요. 비전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계속 발전해왔다는 점이예요. 테슬라는 자동차가 아니라 ‘바퀴 달린 컴퓨터’를 지향했고, 전기차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덕에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애플’이라 불릴만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지요.

테슬라 시가총액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 출처: FTI Consulting

자본시장에서는 테슬라의 ‘마인드쉐어(Mindshare)’에 주목합니다. 마인드쉐어란 특정 제품이나 기업, 개념 등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정도를 의미하는데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상용화되지 않았던 분야에서 ‘전기차 = 테슬라’로 각인될만큼 테슬라가 소비자의 머릿속을 깊게 파고든 것이지요. 이렇게 강력한 마인드쉐어를 쌓은 덕에 시장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했고요. 이제는 여러 산업에서 이력을 쌓아가면서 ‘혁신 = 테슬라’와 같은 마인드쉐어를 넓히고 있습니다.

물론 경영자가 말썽꾼이라는 큰 리스크가 있긴 합니다. (...) / 출처: 일론머스크 트위터

브랜드 일관성에 어떤 힘이 있길래?

앞서 테슬라의 마인드쉐어 사례에서도 보았듯 일관적인 방향을 유지해온 브랜드는 사람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효과를 누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있는 걸까요?

1. 고객을 비롯한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브랜드를 쉽게 인식하게 합니다.

매일같이 광고가 쏟아지는 시대에 저 멀리서도 한눈에 내 브랜드를 알아보게 할 수 있습니다. 잠재고객의 머릿속에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2. 고객이 구매를 반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메시지를 발판삼아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면 고객의 첫 구매는 물론 재구매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충성고객 기반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3.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한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됩니다.

고객-브랜드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브랜드의 가격 결정력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냅니다.

소비자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해줍니다. 시시각각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고, 복잡한 사회적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대에는 이런 가치가 더 희소하기 때문이지요.

고객-브랜드 사이에 연결고리가 단단하다는 것은 브랜드가 팬덤을 쌓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올려도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요.

‘압도적 1위’ 나이키의 브랜딩 비밀

오랜 기간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해온 모범 사례로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꼽힙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나이키의 브랜딩은 매우 심플해요. 머릿속에 나이키를 떠올려보세요. 무엇이 생각나셨나요?

휘어진 부메랑처럼 생긴 ‘스워시(Swoosh)’ 로고, 그리고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이 떠오르지 않나요?

나이키 매장에 진열된 옷과 신발, 가방뿐 아니라 TV와 동영상, 지면 광고에 이르기까지 나이키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이 로고와 슬로건을 발견할 수 있지요. 심플하지만 일관된 경험을 쌓으면서 소비자는 스워시 로고와 슬로건을 접하는 즉시 나이키를 연상하게 됩니다.

브랜딩을 단순화한 것은 나이키의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로고와 슬로건을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왔기 때문이지요. 이런 요소와 일맥상통하는 스포츠 기어, 이에 어울리는 대담한 디자인,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선보였지요.

출처: NIKE

그 결과 세계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는 나이키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1964년 창업 당시 운동화로 시작했던 나이키는 컨버스를 비롯한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스포츠 패션, 악세서리, 장비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왔습니다. ‘세상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준다’는 회사의 미션을 발전시켜 온 거예요.

글로벌 스포츠웨어 매출 비교. 그야말로 넘볼 수 없는 1위, 나이키의 위력은 대단하지요. / 출처: Statistica

일관된 브랜딩의 효과는 경제적으로도 입증되었습니다. 한 투자회사에 따르면 2021년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나이키 점유율은 약 44%에 달했습니다. 옷이 열 벌 팔리면 그 중 네 벌 이상은 나이키 제품이었단 이야기지요. 지난 10년간 나이키의 평균 성장률은 8%에 가까웠고요.

창업자 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예쁘고 기특한 내 제품과 서비스, 모든 장점을 나열하고 싶은 그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브랜드를 구축할 때는 흔들리지 않는 방향에 따라 꾸준히 스토리텔링해야 설득력을 얻습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기,

브랜드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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